작성일 : 10-11-05 11:06
[2010년 11월 5일 매일경제] 한방과 예술, 하나로 통하다
 글쓴이 : 춘원이
조회 : 11,088  
 
서울 낙원동 춘원당한방박물관 침통 약사발등 한방공예展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자리 잡은 춘원당 한방병원. 1847년 이래 7대째 한방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한의원이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한약 냄새가 진동한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친근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병원의 진짜 보물은 한약이 아니다. 춘원당의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한방 관련 유물을 수집ㆍ보존ㆍ연구ㆍ교육하는 복합 문화공간인 한방박물관이 병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한방 관련 박물관이다.

 병원 5층 상설전시실은 한방 유물 150여 점으로 구성돼 있다. 침통 표면에 오얏나무를 조각하고 칠보를 입힌 칠보침통, 약재를 찧거나 빻는 데 사용하는 도구인 약연, 한약 달이는 물을 정수하기 위해 사용되던 청자정병, 약재를 넣어 끓이는 약탕기 일종인 초두 등이전시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박물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물관 하이라이트는 지하 1층 전시실에 숨어 있었다. 춘원당 한방박물관이 마련한 기획전시 `우리 의학과 공예의 조우`는 전통공예가 해석한 한방의 미를 보여준다.

 주요 전시 작품은 손누비 한복 매듭 백자 한지 용기 은공예 옥공예 등이다. 김학중이 만든 은제 침통과 은침, 그리고 은제 수술도구는 의료기구들. 하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이 도구들은 예술적 향기를 뿜어낸다. 과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장식은 꼿꼿한 조선 선비의 정신을 상징한다.

 매듭도 한의학과 맥을 같이한다. 침통 향갑노리개 곽향노리개 등은 한국 여성들이 생활 속에 한의학의 지혜를 늘 가까이 했음을 보여주는 예술품이다. 또 조상들은 예부터 향을 가까이 했는데 거기엔 향기를 즐기고 향을 구급약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은으로 만든 약통도 눈길을 끈다. 작가 손끝에서 만들어진 약통은 똑떨어지는 매무새를 보인다. 외관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한약 마실 때 쓰는 사발도 보인다. 백자 약사발은 바닥이 둥글다. 쉬지 말고 한번에 꿀꺽 삼켜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둥글게 만들어진 것이란다.
옥공예도 한의학과 연관이 있다. 옥은 만병의 근원을 퇴치하고 몸의 기를 보충해주며 몸속 노폐물을 배출해 오장육부를 튼튼히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다.

 이윤선 춘원당 한방박물관장은 "이번 전시 바탕에는 의술과 예술이 함께 담겨 있다"며 "침이나 약을 쓰건, 망치나 끌을 쓰건 의술인과 장인 손끝에는 우주와 인간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기원이 묻어 있다"고 설명했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예술에 관한 격언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에 등장하는 라틴어 `ars`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의술을 의미한다. 예술과 의술의 근본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이란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02)3672-2005
 
[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