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04 16:17
2017.04.10 이코노미스트 1379호 [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파동, 맥(脈)
 글쓴이 : 춘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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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모양의 진맥대. 거북머리와 발 부분까지 정교하게 조각돼 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큰 한의원에서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맥의 종류만 28가지 … 상체는 차게, 하체는 따뜻하게 해야

"어떻게 맥만 짚어 보고 어디가 아픈지 아세요?” 환자들에게서 가끔 듣는 질문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한의사가 손목의 맥(脈)을 짚고 병을 알아낸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신비롭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맥진(脈診)은 한의대에서 진단(診斷) 학 과정으로 일 년 이상 가르칠 정도로 학문적으로 정립· 발전돼 가고 있습니다. 각종 검사를 한 이후에 병명을 정하는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사소한 정보나 예후도 체질과 처방을 정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한의사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의 네 가지 방법을 총 동원해서 병을 진단합니다. 일단 환자의 신체적인 특징, 행동하거나 말하는 동작과 태도, 안색, 혀 등을 관찰합니다. 이를 망진(望診)이라고 합니다. 환자의 목소리, 숨소리, 기침이나 가래소리도 주의 깊게 듣습니다. 이것이 문진(聞診)입니다. 문진(問診)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증세를 상세히 물어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절진(切診)이 있습니다. 맥을 보거나 가슴과 배를 눌러봐서 병을 판단하는 진단법입니다.

사실 한의원으로 진찰하러 갈 때에는 “진맥 보러간다”고 할 정도로 맥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병의 단서입니다. 옛날의 한의사들은 지금보다도 더 진맥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래서 진맥을 할 때에는 크고 높은 진맥대를 사용했습니다. 진맥대는 나무나 도자기로 만든 것이 대부분 전해내려 오지만 간혹 비단이나 무명 등의 천을 겉감으로 하고 안에는 솜을 넣어 만든 것도 눈에 띕니다. 예전에는 환자가 바닥에 앉아 낮은 책상에 손을 올려놓아야 했기에 다소 높이가 있는 진맥대가 필요했습니다. 손목이 심장 높이까지 올라와야 맥을 더 정확히 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사진에서 보는 진맥대는 길이 38cm, 높이 8cm의 크기로 장수(長壽)와 신중함을 의미하는 거북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진맥대는 조선 말기에 통으로 된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인데 등의 한쪽에는 귀갑(龜甲) 문양이, 다른 한쪽에는 모란 잎이 조각돼 있습니다. 집안에서 오랜 기간 전해져 내려오면서 문양이 약간 훼손되었습니다. 진맥대인줄 모르고 도마나 받침으로 사용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북머리와 발 부분까지 정교하게 조각돼 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큰 한의원에서 쓰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맥은 요골동맥부위에서 혈액의 흐르는 속도와 세기에 따른 맥의 파형을 손끝의 감각으로 읽어 내는 아날로그 방식의 진단 법입니다. 손목 안쪽에 세 손가락을 올려놓고 누르는 세기를 조절해가면서 오장육부의 건강상태를 감(感)으로 알아냅니다. 왼쪽 손목 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세게 누르면 심장·간장·신장의 상태를 감 잡고 살짝 누르면서 보면 소장· 담낭· 방광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손목을 조금 세게 누르면서 보면 폐·비장·내분비계의 상태를, 약하게 누르면 대장· 위장 등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맥은 기본이 되는 병의 단서


맥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문헌에 보면 무려 28가지나 있습니다. 이 많은 맥을 다 알아내기는 어렵고 우선 부침지삭(浮沈遲數)의 4종류만 잘 파악해도 대강의 병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부맥(浮脈)은 맥이 떠있는 모양입니다.병의 초기일 때, 몸의 윗부분에 병이 생겼을 때, 피부 가까운 곳에 병이 있을 때에 이런 맥이 잡힙니다. 열과 오한이 있고 두통이 있는 등의 감기 초기 때가 이에 해당됩니다.

침맥(沈脈)은 맥이 가라앉아 있는 모양입니다. 손가락을 손목에 대면 잘 느껴지지 않고 힘주어 눌러야 깊은 곳에서 맥이 감지됩니다. 병이 진행돼 기운이 떨어지고 병이 몸 속 깊은 곳이나 아랫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만성질환일 때가 많습니다. 지맥(遲脈)은 맥이 뛰는 속도가 느린 맥입니다.대충 숨을 한번 쉴 때에 맥이 4번 미만으로 뜁니다. 속이 차거나 기운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맥이 잡힙니다. 찬 것만 먹으면 설사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체질에서 많이 잡힙니다. 삭맥(數脈)은 빨리 뛰는 맥입니다.숨을 한번 쉴 때에 5번 이상 뜁니다. 속에 열이 많거나 몸의 기능이 항진돼 있는 경우 이런 맥이 보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에너지 소모가 많고 성격이 날카로운 사람에 많습니다.

한의사들은 진맥으로 나타난 결과만을 가지고 병을 판단하거나 처방하지는 않습니다. 맥진과 함께 위에서 말한 망문문절(望聞問切)의 객관적인 진단이 일치되었을 때 제대로 된 처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진맥 본 것 하나만 가지고도 파악되는 병이 하나 있긴 합니다. 부정맥(不整脈)이 동반된 심장질환입니다. 부정맥은 불규칙하게 뛰거나 정상 박동수를 벗어난 맥을 의미합니다. 정상인의 심장은 1분에 60~100회 정도 규칙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인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이에 맞춰 맥도 따라 뛰게 되는데 불규칙하거나 너무 늦고 빠르게 뛰게 되면 부정맥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부정맥 예방법


부정맥이 생기면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답답해지고 숨이 찹니다. 기운이 쭉 빠지면서 식은땀이 나지요. 어지럽고 메슥거리면서 토하기를 잘하고 대소변도 잦아지게 됩니다. 흉통이 심해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자주 있으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부정맥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일상 생활 중에 몇 가지만 잘 지켜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선, 과로를 피해야 합니다. 밤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심장의 기운이 딸리고 답답해져서 협심증이 발병되기 쉽습니다. 식사는 조금씩 나누어서 합니다. 포만감을 느끼고 체기가 있으면 맥이 불규칙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멀리 해야 합니다. 신경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심장에 허열(虛熱)이 생겨 심박동이 증가하고 흉통을 유발합니다. 잠은 충분히 잡니다. 잠들기 전에 대추차나 연자육차를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담배도 끊어야 합니다. 흡연은 관상동맥을 수축시켜서 산소공급을 저해하고 혈액 순환에도 장애가 됩니다. 담배를 많이 피면 한약의 효과도 줄어듭니다. 술은 적게 마셔야합니다. 과음은 심장에 부담을 주어 부정맥을 심화시킵니다. 변비를 치료해야합니다. 배변 시 힘을 많이 주게 되면 부정맥이 더 느껴집니다.

추위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따뜻해야 부정맥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합니다.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가 좋습니다. 심박동을 올리는 격렬한 운동이나 상대가 있는 게임은 부정맥 환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장은 열을 싫어합니다. 심장이 있는 가슴부위는 열어 놓아서 시원하게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부정맥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습니다. 상체는 차게, 하체는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한의학에서 주창하는 건강의 기본이고 치료의 방침입니다.


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갑상선 질환, 이렇게 고친다] [축농증·비염이 골치라고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