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04 16:13
2017.02.20 이코노미스트 1372호 [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아이의 눈 아래 다크서클은 비염이 원인
 글쓴이 : 춘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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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나 가래를 뱉는 도구 타구.


비염 없어지면 키 잘 크고 성적도 올라…강활이나 세신 등 한약재로 치료

침이 입 안 가득 고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침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기분이 영 안 좋습니다. 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리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분비물입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침은 우리 몸 상태를 대변해준다고 봅니다. 우리 몸 안에 생기가 돌면 침의 분비가 원활해지지만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침이 마르면서 구취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한의원에서는 타구(唾具)를 비치해 놓고 침을 뱉게 한 다음 이를 보고 진단과 처방의 단서로 삼았습니다.

타구는 침이나 가래를 뱉는 도구입니다. 침을 받아두는 작은 잔이라는 의미인 타호(唾壺)라고도 합니다. 보통은 사기나 놋쇠로 만들었는데 윗부분은 넓고 경사진 반면에 가운데는 잡기 쉽도록 잘록하게 좁아지고 아랫부분은 다시 넓어집니다. 마치 장구를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옛날 양반들은 침이나 가래가 끓을 때에 바깥이나 아무 그릇에 뱉어 버리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타구를 썼습니다. 입안에서 생선 가시나 과일의 씨앗을 발라낼 때에도 타구처럼 생긴 용기를 사용했습니다. 이때에 쓰는 용기는 허리 부분이 덜 잘록합니다.


가래 색·점도로 몸 상태 파악

조선 말기에 제작된 타구는 유기로 제작된 장구 모양인데 구한말로 갈수록 자기로 만든 것이 늘어나고 요강을 축소한 모양으로 변해갑니다. 가정용이 장구 모양에 뱉은 침이나 가래를 그냥 쏟아버리게끔 만들어진 반면, 의원용은 환자의 침이나 가래를 볼 수 있게끔 뚜껑을 열 수 있고 위와 아래가 분리되게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의 타구는 구한말 시대에 만들어진 의원용 타구로 추정됩니다.

가래는 폐와 기관지 사이에 고이는 점액성 분비물인데 한자로는 담(痰)이라고 씁니다. 한의학에서는 ‘가래 담(痰)’을 다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 한담(寒痰)입니다. 가래가 묽고 거품이 있으면서 색이 하얗습니다. 둘째, 열담(熱痰)입니다. 가래가 찐득하고 잘 뱉어지지도 않으면서 비린내가 살짝 납니다. 색이 누렇고 간혹 피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폐 농양 환자의 가래가 이렇습니다. 셋째, 습담(濕痰)입니다. 가래의 맛이 약간 달고 양이 많습니다. 잘 뱉어집니다. 넷째, 조담(燥痰)입니다. 가래 특유의 비린내는 안 나는데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섯째로, 풍담(風痰)입니다. 가래의 색이 하얗고 묽습니다. 이삼일 지나면 바로 누렇게 진득해지고 거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한담이랑 증세가 비슷합니다. 기관지염 환자의 가래가 이렇습니다.

유능한 한의(韓醫)는 타구에 뱉은 환자의 가래에서 보이는 점도, 색, 냄새만 가지고도 몸 상태를 파악해서 약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가래는 코가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후비루(後鼻漏)라고 합니다. 후비루는 왜 생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비염입니다. 비염은 환경 오염, 공해, 약물의 오남용, 밀폐된 공간, 인스턴트 음식,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발병되고 환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부모 중 한쪽이 비염 환자면 자식의 50%는 비염이 있고 양쪽이 다 비염환자면 75% 정도가 비염이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비염의 주요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 막힘입니다. 코감기와 비슷하지요. 감기와의 차이점은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고 열이 없다는 것입니다. 환절기 또는 아침 기상 후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악화됩니다. 온도차에 민감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잘 생깁니다. 콧속의 점막이 부으면 혈관에 울혈이 생기고 열이 위로 올라갑니다. 그럼 눈 아래쪽으로 순환부전이 되어 피부가 검게 보이는 것이죠. 이런 아이들은 산만하여 학습이 부진하고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가 자주 막히니 밤에 깊은 잠이 안 오고 식욕도 떨어지게 되어 키가 잘 크지 않는 겁니다. 비염이 낫게 되면 다크서클이 없어지고 키가 잘 크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도 오르게 됩니다.

비염은 폐기능이 약하고 양 기운이 부족한 체질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호흡기 쪽이 부실한 태음인이나 피부가 희고 몸이 냉한 소음인 중에 비염환자가 많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질환의 치료는 약해진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기혈(氣血)을 보하고 폐와 비장, 신장의 균형을 맞춰서 외부의 자극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는 것입니다.


산 목련 꽃봉오리 끓여 마시면 비염에 효과


[동의보감]에서는 비염으로 인해 생기는 콧물을 비구(鼻口)와 비연(鼻淵)으로 나누었습니다. 외부의 찬 기운이 몸에 들어오면 이를 막기 위해 인체는 열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비구인데 맑은 콧물이라는 뜻입니다. 이때에는 따뜻한 성질의 약인 강활(羌活)이나 세신(細辛)같은 약을 주로 쓰고 누런 콧물인 비연이 심할 때에는 포공영(蒲公英)이나 시호(柴胡) 같은 찬 성질의 약재로 열을 풀어주면서 치료합니다,

서양의학에서의 비염치료는 항히스타민제나 소염제로 일정하게 치료하는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증세와 체질에 따라 쓰는 약이 무척 다양합니다. 한약을 복용하고 비염이 치료된 다음에도 가정에서 한방차를 꾸준히 끓여 마시면 재발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고 효과가 뚜렷한 방법은 신이화(辛夷花)를 묽게 끓여 마시는 것입니다. 신이화는 산 목련 꽃봉오리인데 물 1L에 20개 정도 넣고 반으로 줄 때까지 끓인 다음 하루에 두 번 정도 마시면 좋습니다. 관상용이 아닌 산에 있는 목련에서 채취한 꽃봉오리이어야 효과가 납니다.

이외에도 족두리 풀의 뿌리인 세신(細辛)과 수세미도 같은 방법으로 끓여 마시면 비염증세는 완화되고 면역력은 강화됩니다.

지켜야 할 일들이 또 있습니다. 운동과 섭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절주와 금연은 물론이고 청량음료, 우유, 등푸른 생선, 견과류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고 감정적으로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에 도라지, 더덕, 무, 해조류 등을 많이 먹어두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비염을 빨리 고치기 위해서는 침 치료도 같이 받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효과가 뚜렷한 침 자리는 영향(迎香)혈입니다. 말 그대로 향기(香)를 맞이하는(迎) 혈입니다. 콧망울 바로 옆에 위치한 경혈인데 손가락으로 문지르거나 이쑤시개로 콕콕 자극해주면 막힌 코가 뚫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가 많이 막힐 때에는 눈썹 사이의 콧대가 시작하는 지점인 인당(印堂)혈을 스스로 자극해주는 것도 비염환자가 건강한 겨울을 나는데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