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04 15:53
2016.10.17 이코노미스트 1355호 [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한약재로도, 제약도구로도 유용
 글쓴이 : 춘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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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쇠로 가리비 조개의 껍질 주 위에 테를 두르 고 같은 재질로 접거나 벽에 걸 수 있도록 손 잡이를 단 조개 약 볶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재화(財貨)를 귀(貴)히 여기고 이를 찾아 쫓습니다. 재·화·귀의 한자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건 무엇일까요? 모두 조개 패(貝)의 한자어가 들어갑니다. 한자가 만들어지던 그 이전부터 화폐 대용으로 쓰인 조개가 소중히 여겨졌다는 방증입니다.

한의학에서도 조개 패(貝)는 중요한 한자입니다. 한약 한 첩(貼)이란 말에도 패가 들어갈 뿐 아니라 실제로 조개류는 한약 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조개는 한약재의 효과를 더 높여주는 도구로도 사용했습니다. 예컨대 조개 약 볶이는 대표적인 제약도구입니다. 이 조개 약 볶이는 어른 손바닥보다도 더 큰 가리비조개를 이용해서 1800년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놋쇠로 가리비조개의 껍질 주위에 테를 두르고 같은 재질로 접거나 벽에 걸 수 있도록 손잡이를 만든 것이 특이합니다.


인삼·하수오·황백 볶을 때 사용


조개 약 볶이는 쇠가 닿으면 안 되는 적은 양의 약재를 살짝 볶을 때 사용하려고 만들었습니다. 인삼이나 하수오, 황백 같은 약은 조개로 만든 제약 기에 볶아 약효 소실을 방지할 뿐 아니라 조개껍질이 가지고 있는 습(濕)을 말리고 담(痰)을 없애는 효능이 한약재에 스며들게 했던 것입니다. 또한 얇은 조개껍질에 약을 볶는 과정에서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민간에서는 조개류를 화를 삭이고 간 기능을 좋게 해주는 목적으로 많이 썼습니다. 특히 모시조개의 살은 술독을 풀어 준다고 해서 많이 쓰였습니다. 또한 조개껍질을 깨끗이 씻어 불에 구운 후 가루로 낸 것을 합분(蛤紛)이라 하는데, 기침이나 갑상선 종양, 배뇨 곤란을 치료하는 데에 써왔습니다.

그러나 한방에서는 조개보다는 굴을 약재로 더 중요하게 인식해왔습니다. 늦은 가을부터 먹기 시작하는 굴은 한약명으로 ‘모려육(牡蠣肉)’이라고 합니다. 열을 풀어주고 음(陰)의 기운을 보해주며, 피를 생성해주는 양혈(養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초서에는 체질이 허약한 사람의 결핵이나 불면증에도 좋고 심신이 불안한 사람이 먹으면 좋은 음식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굴 껍질인 모려분은 약효가 생굴보다 많고 더욱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그냥 쓰는 것은 아니고 굴 껍질을 불에 구어 노릇노릇하게 한 다음 가루로 내어 씁니다. 모려분은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잘못 자면서 꿈이 많을 때에 씁니다. 위산 과다나 속 쓰림, 설사뿐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흘리고 식은땀을 흘릴 때에도 쓰면 효과가 좋습니다. 또한 수렴작용이 있으므로 정액을 흘리는 유정이나 몽정, 대하증, 자궁 출혈 등의 여성 질환에도 많이 쓰입니다. 비정상적인 혹을 풀어주고 줄어들게 하는 연견산결(軟堅散結)의 목적으로도 가장 많이 씁니다. 그래서 갑상선 기능항진이나 갑상선결절에 많이 처방됩니다.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결절(혹)이 있을 때에는 목 앞쪽이 불룩하게 부어오릅니다. 이러한 증세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한방 병명으로는 영류(癭瘤)라고 합니다. 이 병명에도 역시 조개 패(貝)의 한자가 들어갑니다. 영(癭)의 한자는 ‘貝貝女’로 구성돼 있습니다. 목안에 조개(貝) 두 개가 들어있는데 여성에게 많은 질환이란 뜻이고, 류(瘤)는 병소가 움직이지 않고 단단히 자리 잡고(留) 있다는 뜻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갑상선 질환은 대체로 간장·심장·비장의 기능 이상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심장과 간장에 열(熱)이 심해진 것에, 기능저하 증은 심장과 비장의 기(氣)가 허해지고 소통이 안 되는 데에 이유가 있다고 보아 이를 해소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수시로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의 수치를 조절하는 치료를 하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갑상선을 주관하는 장부(臟腑)의 상태를 파악해서 이를 정상화 시키는 치료를 하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양의학에서의 갑상선기능 이상의 치료는 혈액검사의 결과에 의해 약을 조절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혈액검사는 참고만 하고 주로 위에서 말한 오장육부의 변증(辨證)에 따라 약을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맥·체질·혀 등을 면밀히 진단하고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같은 병에도 처방이 무척 다양합니다.


굴 껍질인 모려분, 갑상선 질환에 효능


이처럼 갑상선 질환의 적극적인 치료는 한의사의 진단 후에 처방을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한약재를 이용한 약차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갑상선에 단순히 혹만 있을 때에 많이 처방되는 한약재는 하고초(夏枯草)입니다. 하고초는 꿀풀과로 햇볕 좋은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인데 입술 모양의 홍자색 꽃을 피웁니다. 약재로는 꽃·잎·줄기·뿌리를 다 쓰는데, 그중에서 꽃 부위가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가정에서 하고초 차를 끓일 때에는 물 1.8리터(큰 페트병)에 하고초 30그램을 넣고 5분 간 끓이면 됩니다.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뜨겁게 해서 마십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의 부족으로 인해 우리 몸의 대사가 저하돼 생깁니다. 심방의 박동이 느려지면서 기운이 없고 추위에 민감해지며 입맛은 없는데 체중이 느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가 빠지고 피부도 건조해지며 우울해지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집니다. 이럴 때에는 구기자(拘杞子)로 차를 끓여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끓이는 방법은 하고초와 같습니다. 대추차와 일주일씩 번갈아 마시면 증상 호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거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져서 몸 안의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나며 체중이 줄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게 됩니다. 체내의 대사활동이 과다하게 되기 때문에 항상 피로하고 짜증이 많고 예민해집니다. 이럴 때에는 앞에서 말한 모려분(굴껍질)을 가루로 내어 한번에 5그램씩 하루에 두 번 정도 복용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모려분은 한 달 이상 복용하면 소화 장애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약재와 같이 복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와 의논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백피(桑白皮 뽕나무 뿌리껍질)를 노릇하게 볶은 후 위에서 말한 대로 물 1.8리터당 30그램을 넣고 5분 정도 달여 마시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커다란 가리비조개에 상백피를 볶아 복용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훨씬 더 좋을 듯싶습니다.


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갑상선 질환, 이렇게 고친다] [축농증·비염이 골치라고요?] 등이 있다.